정년이 체크무늬 한복 실제로 있었을까?
요즘 드라마 뭐 보세요?
저는 '정년이'가 너무 재밌어서 다시 보기를 계속 돌리고 있어요.
오랜 제작기간이 걸린 드라마인 만큼 완성도도 높고 볼거리, 들을 거리, 즐길 거리가 다양해서 방송 시간이 너무너무 기다려집니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최고의 국극 배우를 꿈꾸는 '타고난 소리 천재' 윤정년의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여성 국극단이라는 특이한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화려한 한복들과 레트로 감성 가득한 의상들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특히 정년이의 체크무늬 한복이 나왔을 때 어? 저런 한복이 저 때 진짜 있었다고? 궁금하더라구요.
체크무늬가 왜 거기서 나와?
올해 초 정년이 스틸 컷이 공개되었을 때 한복 고증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직후라 끼니 때우기도 어려운 시절에 외국에서 수입한 체크무늬 원단으로 한복을 해 입는 게 말이 안 되는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었는데요.
저도 궁금해서 찾아봤습니다.
정년이 체크무늬 패턴 한복 1950년대에 실제로 있었을까?
해외 원조의 산물
드라마의 배경인 1950년 한국전쟁 직후에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가 폐허였습니다.
경제기반 시설이 전쟁으로 파괴되어 소비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었기 때문에 UN 회원국들이 보내는 해외 원조로 겨우 의식주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해외 원조가 돈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당장 생활에 필요한 음식, 연료, 섬유 등 물품으로 지원됐다고 합니다.
UN(국제연합) 회원국에서 자발적으로 기부한 품목들이었죠.
SNS에 올라온 한국전쟁 직후 고아들의 실상을 찍은 사진인데요.
(출처를 찾아보았으나 알 수 없어 미상으로 기재합니다. 혹시 출처를 아시면 알려주세요. 정정할게요.)
체크무늬 원단으로 치맛단을 대거나 기워입은 걸 볼 수 있어요.
이렇게 해외 원조 물품으로 들여온 옷이나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면 영국 스타일의 체크무늬 한복도 충분히 지었을 수 있겠죠.
특히 다른 인물들이 아닌 정년이의 저고리에 체크무늬가 들어가 있는 걸 보면, 해외 원조로 근근이 옷을 만들어 입었던 궁핍한 계층의 시대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보기엔 신선하고 아방가르드하다 싶었는데 다른 나라의 원조품 덕에 태어난 디자인이라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하네요.
아마 미군에서 보급한 햄으로 만든 부대찌개의 탄생과도 같은 맥락이겠죠?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기 시작한 한복
궁핍하고 가난한 시대였지만 이미 일제강점기인 1920~30년대부터 경성을 중심으로 부흥한 소비문화와 함께 서양에서 새로운 소재의 원단을 수입해 옷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면, 마, 견직물 대신 모직물, 인견, 아크릴, 조오젯, 모슬린 등의 원단이 사용되며 새로운 유행이 나타났다고 해요.
한복이 편안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바뀌면서 옷고름 대신 단추나 브로치를 달기도 했고, 버선 대신 양말을 신고요.
신여성과 모던걸 스타일이 등장한 것이죠.
1950~60년대에는 서구 문물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아 한복에 서양 스타일이 더해졌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일지라도 아름다움과 유행에 대한 관심은 지금과 별다를 게 없었나 봐요.
패턴이나 레이스가 들어간 옷감으로 한복을 지어 입고,
저고리의 고름을 리본처럼 묶거나 브로치로 여미기도 했답니다.
구두를 즐겨 신고, 한복 주머니 대신 클러치백이 유행했다네요.
이 화려한 꽃무늬 저고리는 경운박물관 전시회에 기증된 광복 이후의 저고리라고 합니다.
프랑스 어디쯤 여인들의 드레스에나 있을 법한 컬러풀한 꽃무늬가 광복 이후 저고리에 사용되었네요.
이처럼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은 서구식 스타일이 유행이었는데 체크무늬로 한복 만들지 않았겠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며 대표적 신여성인 나혜석 화백이 일본 유학시절 후견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 대담한 체크무늬의 한복 치마를 입고 있어요.
이때가 1920년대로 추정된다고 하니 체크무늬 한복이 의외로 일찍 유행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정년이가 목소릴 잃어 괴로워하며 차가운 바다에 몸을 던지는 장면에서도 새로운 체크무늬 저고리가 등장했네요.
예인으로서의 한과 아픔을 그려야 하니 어쩔 수 없는 과정이겠지만 우리 정년이 어서 시련 극복하고 국극단 최고의 스타가 되어주길 기대합니다.
결론
1950년대에도 체크무늬 한복이 있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좀 풀리셨나요.
의상팀의 입장을 들은 것이 아니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역사 왜곡보다는 어쩌면 더 그 시대의 현실 반영이 충실하게 된 것이 아닐까요.
설사 상상을 더해 현대적인 해석을 넣은 것뿐이더라도 당시의 유행이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체크무늬 한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유익하고 바른 글로 또 찾아뵐게요.
황금구미호였어요.
빠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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